*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나는 오늘, 이 삶을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작은 고백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며 살아왔습니다. 그 모습이 ‘나‘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위해시간과 돈, 애정과 열정을 쏟아 붓습니다. 아름다워지기를, 늙지 않기를, 병들지 않기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하지만 결국, 몸은 내 바람과 상관없이 살이 찌고, 병들고, 늙고, 기억도 스르르 빠져나가며 조용히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인연입니다. 미운 인연도, 고운 인연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품어 주십시오. 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억지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지금 하십시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온 마음을 쏟아주십시오. 울면 해결 될까요? 짜증내면 나아질까요? 싸우면, 이길까요?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조금의 양보,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숨구멍이 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온기가 됩니다.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삶에 스쳐간 모든 사람들, 모든 인연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 기적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삶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프란치스코(1936~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