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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8/25) “사과 한 알(2)”

                     *사과 한 알(2)* <헤르만,로마 로젠발트 부부 이야기>

  그리고 또 다시 그녀는 나를 위해 사과를 가져 왔다그녀는 어제와 똑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철조망 너머로 사과를 던져주었다. 이번에는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내가 공중에서 그 사과를 잡았다그리고는 그녀가 볼 수 있도록 그것을 높이 쳐들었다. 그녀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가 나를 동정하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그저 행복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랫 만에 처음으로 난 내 가슴 속에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일곱 달 동안 우리는 그런 식으로 만났다. 어떤 때는 몇 마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어떤 때는 그냥 사과만 오갔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내 허기진 배만 채워 준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내 영혼을 채워주었고, 나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의 영혼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다른 수용소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삶의 끝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나와 내 친구의 만남이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튿날 소녀를 만나 인사를 하면서 내 가슴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나는 떨려서 거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단지 이렇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사과를 갖고 오지마. 나는 다른 수용소로 가게 될 거야.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야.”

나는 자제력을 잃기 전에 등을 돌려 철조망으로 부터 달아났다. 나는 차마 뒤돌아 볼 수가 없었다. 만일 뒤돌아보았다면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았을 것이고, 그녀는 눈물로 뒤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여러 달이 지나고 악몽과도 같은 고통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소녀에 대한 기억은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도 나를 붙들어 주었다. 언제라도 눈을 감기만 하면 마음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그 친절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언제라도 그녀가 건네 주는 사과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렇듯이 갑자기 악몽이 끝이 났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나는 가족을 포함해 나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소녀에 대한 기억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 기억이 나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갖게 했고, 나는 미국으로 건너와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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