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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3) “춘 화 현 상”

  “춘 화 현 상”

호주 시드니에 사는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은 전문용어로 ‘춘화현상’이라 하는데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인생은 마치 춘화현상과 같습니다. 인생의 눈부신 꽃은 혹한을 거친 뒤에야 피는 법입니다. 그런가 하면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인생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와 같아, 겨울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하고 견실해집니다. 현실이 매우 어렵고, 노력을 해도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미래는 더욱 어둡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인생의 꽃과 열매가 맺히는 봄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토를 녹이는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갖고 언땅을 깨고 나오려는 열정과 노력입니다.

전철역 모퉁이에 걸려있는 글이 희망을 전해주려는 속삭임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추운날 옷깃을 부여잡고 웅크리며 걷는 나에게 아름답게 꽃피우는 인생의 그 어느 날을 꿈꾸며 희망을 갖고 당당히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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