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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7/5) “감동 실화: 여의사 이야기(1)”

                                   ☀ 감동실화: 여의사 이야기(1)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평생 교감이나 교장자리도 마다하고 아이들 앞에서 교편을 잡으셨지요. 하루 종일 재잘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었다고 합니다정년퇴임을 하신 후, 아버지는 학생들이 그리운지 저녁이면 앨범을 펼쳐 들고 30년 전 처음 만났던 학생들 얘기부터 그리운 옛 이야기를 우리 자식들에게 들려 주시곤 하셨습니다.

이 아이는 정말 말썽꾸러기였지하루라도 안 싸울 날이 없었단다. 그래도 심성은 착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나만 보면 떡볶이 사달라며 날마다 조르곤 했지.” “유진이는 참 의젓하고 밝은 아이였지. 아프신 홀어머니와 힘들게 살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지아프신 어머니 때문에 늘 의사가 되겠다 말하곤 했었단다. 내가 가끔 집에 찾아가 유진이 몰래 고기며 쌀이며 사다 놓곤 했었는데

줄줄이 이어지는 아버지의 추억담은 늘 우리 자식들 마음을 촉촉이 적시곤 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다녀오시던 아버지가 쓰러졌다. 폐암 말기한 평생 칠판에다 쓰고 닦고 하시더니 폐암이 되셨구나.”  희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뒤고 하고 우리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서 할 수 있는 한 모든 치료를 계속했습니다.

종종 아버지 제자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오곤 했지요. 그럼 아버진 또 한참을 옛 추억에 잠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때 만큼은 아버지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지요. 그러나 아버지 병세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는 날들이 잦아지고, 가래 끓는 소리도 거칠어졌지요. 마침내 대화를 나주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나빠졌습니다.

그 때 마침, 진료 받던 병원에서 의사 한 명을 보내 주었습니다. 20대 후반의 여의사였는데, 가래가 끌면 젖은 가재로 손가락을 넣어 가래를 꺼내주곤 하면서 가족 만큼이나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습니다. 여의사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도 유난히 표정이 밝아졌습니다한번은 아버지가 기침이 무척이나 심해져 얼굴은 핏발로 벌게지고 목은 가래가 들끓어 숨쉬기조차 답답해 하시자, 손으로 가래를 꺼내던 의사는 난데 없이 음료수 빨대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대체 빨대로 무엇을 하려나 하고 의아해 하며 가져다주자 그녀는 빨대 한 끝을 아버지 목구멍에 넣고 한 끝은 자기가 물고 가래를 입으로 빨아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식들도 감히 못하는 일을 젊은 여의사가 하고 있었습니다.

폐암 말기 환자였기 때문에 가래에서 악취가 매우 심했습니다그러나 여의사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그렇게 빨아내기를 몇 십분 정도 하자, 가래 끓는 소리가 잠잠해지고 아버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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