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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7/4) [장애인 아내가 남편에게 바치는 ‘사부곡(思夫曲)’] (2)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평생 걷지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혹 들킬까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당신을 따라나섰지요. 하루 종일 빗속을 돌아 다닐 수 있어 힘든 줄도 모르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거리에서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우리 부부 나이 정도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자꾸 밀어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 파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 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어떤 글귀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그 때 나는 다시는 비 내리는 날 당신을 따라 나서지 않겠노라 나 자신에게 다짐을 했답니다.

그리고 여보! 결혼 10주년 기념일, 당신은 결혼 때 패물 한 가지도 못해 줬다며 당신이 오래도록 잡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나에게 조그마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었지요. 그 때 너무도 기뻐 했는데

그 반지를 얼마 못 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 다시 팔아야 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신은 그때 일을 마음 아파하는데 그러지 말아요. 그까짓 반지 없으면 어때요. 이미 그 반지는 내 가슴 속에 영원히 퇴색되지 않게 새겨 놓았으니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3년 전 당신은 여덟 시간에 걸쳐 신경수술을 받아야 했었지요.

그 때 마취에서 깨어나는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당신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라고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어뜨렸어요.

그 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내 곁에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어린 시절 가난과 장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해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늘 소원했던 공부를 시작 했지요.

적지 않은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어머니 저녁까지 챙겨주고 집안청소까지 깨끗이 해 놓고

또 다시 학교가 끝날 시간 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 주는 당신. 난 그런 당신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가 너무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 흘렸는데 이제 서야 그 꿈을 이루었어요. 바로 당신이 나의 꿈을 이루어 주었지요.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예요. 여보! 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 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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