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 그리고 일곱 살 난 아들과 다섯 살 짜리 딸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등산을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아들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응급수술을 받던 중 피가 필요했는데,
아들과 같은 혈액형은 딸뿐이었습니다.
다급한 아빠가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얘야, 너 오빠에게 피를 좀 줄 수 있겠니?”
딸아이는 이 질문에 잠시 동안 무얼 생각하는 것 같더니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의사가 대성공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때까지 딸아이는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네 덕분에 오빠가 살게 되었어!”
아빠의 말을 들은 딸이 낮은 목소리로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와! 정말 기뻐요. 그런데! 나는 언제 죽게 되나요?”
아버지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아니 “죽다니? 네가 왜 죽는단 말이냐?”
“피를 뽑으면 곧 죽게 되는 게 아닌가요?”
잠시 숙연한 침묵이 흐른 뒤 아빠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넌 죽을 줄 알면서 오빠에게 피를 주었단 말이냐?”
“예!~ 전 오빠를 많이 사랑하거든요.”
아빠는 그 순간 두 눈에 감동의 눈물이 흘렀고
어린 딸을 꼭 껴안아 놓을 줄을 몰랐습니다.
다섯 살 어린아이의 목숨을 건 결단.
그 사랑에 대한 진정성은 어떤 것이었을까?
– 아가페?
– 필리아?
– 에로스?
‘목숨을 건 참 사랑‘ 그 진정성이 과연 내게도 남아 있는지….
창립 12주년을 보내면서 주일 아침에 생각해 봅니다…